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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이 멈춘 열정의 나라, 쿠바 여행 (비냘레스/트리니다드/플라야히론)

    2019.07.09 15:39

    시간이 멈춘 열정의 나라, 쿠바

    쿠바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다만 낭만과 열정이 흐르고 있을 뿐.
    과거보다 더 과거에 머무는 미지의 땅,
    쿠바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난다.



    비냘레스 Viñales

    1. 계곡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냘레스 전경
    2. 쿠바산 시가가 세계 최고의 품질인 데는
    장인들의 금손이 한몫한다

    3. 시가 농장에서 일하는 쿠바노
    4. 그림 같은 모고테를 배경 삼아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

    잊을 수 없는 한 모금

    예약한 택시가 아침 일찍 숙소 앞에 도착했다.
    수도인 아바나에서 서쪽으로 3시간.
    택시기사의 취향이 드러나는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비냘레스로 향했다.
    달리는 차 창밖 풍경으로는
    너른 사탕수수밭과 드문드문 서 있는 야자수가 전부.
    세월이 여실하게 느껴지는 택시가
    도로 한복판에 멈추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직 차만을 허락하던 회색 도로에
    소달구지를 몰고 가는 이들이 하나 둘 들어섰다.
    밭일을 하러 떠나는 농부들이다.
    쿠바의 한 시인은 비냘레스를 두고 ‘아바나에서
    몇 백년은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아바나와는 180도 다른 고즈넉한 전원 풍경이 펼쳐졌다.
    말을 타고 가는 농부, 흔들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할머니,
    너른 밭에서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한껏 여유가 느껴진다.

    비냘레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녹음이 무성한 숲과 계곡 사이로 뭉툭한 산들이 솟아 있는
    독특한 풍경이 흡사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모습을 닮았다.
    바다 속에 있던 석회암 지대가 융기하면서 만들어진
    카르스트 지형은 무려 1억 년 전 쥐라기 후반부터
    백악기에 걸쳐 형성되었다고 한다.
    영화 <쥬라기 월드>의 배경음악이라도 깔아야 할 것 같은
    원시의 순수함과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비를 맞은 땅에서는 촉촉한 습기를 머금은 흙냄새가 났다.
    사실 쿠바 하면 시가, 시가 하면 혁명과 진보의 아이콘
    체 게바라를 빼놓을 수 없다.
    삐딱한 표정으로 시가를 피우는 체의 사진은
    한 번 보면 잘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시가가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남성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은 데는 그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시가의 산지에 왔으니
    농장 견학은 필수 코스다.
    투어 가이드를 자처한 택시 기사를 따라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르며 달렸다.
    산등성 아래로 보이는 커다란 오두막 하나.
    담뱃잎을 건조하는 창고였다.
    퀴퀴한 향이 가득한 내부에는
    종유석처럼 매달린 담뱃 잎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쿠바는 처음이니?” 먼저 말을 건넨 농장 주인의 아들은
    유창한 영어로 시가의 재배와 생산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냘레스의 비옥한 토양과 기후는
    시가 재배에 특화된 자연 환경이다.
    텃밭에서 수확한 담뱃잎을 햇빛에 한 번
    건조 창고에 한 번 말린 후 럼과 꿀 등에 담가 숙성시킨다.

    한 남자가 들어와 작업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더니 세 장의 담뱃잎을 펼쳐 둘둘 말기 시작했다.
    이 농장을 대표하는 시가 제조 장인이다.
    그의 손에서 뚝딱 완성된 시가를 건네받았다.
    유명 브랜드의 시가보다도 실하고 이리도 빛깔이 좋은데
    비흡연자라고 대수인가.
    어색하기 짝이 없는 폼으로 시가 한 모금을 머금었다. 콜록콜록.
    역시 첫 경험에서 그 맛을 알기란 쉽지 않다.
    돌아가는 길에 농장에서 직접 만든 시가 한 묶음을 구입했다.
    쿠바가 사무치게 그리운 날, 다시 한 번 꺼내 보리라.



    Triniad 트리니다드

    1.빗물에 비친 트리니다드 혁명역사박물관의 종탑
    2.닭과 교감을 나눈 뒤 미소를 날리는 쿠바노
    3.골목에 세워 놓은 폐차 직전의 올드카
    4.쿠바 전통 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의 작품들
    5.작은 항아리에 사탕수수와 꿀, 럼으로
    맛을 낸 칵테일을 담았다

    6.햇빛이 내린 트리니다드 골목의 담벼락
    7.말을 타고 계곡에 들러 수영을 하고 돌아오는
    승마 투어가 인기


    한여름 밤의 춤

    돌길을 지나가는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에 잠에서 깼다.
    트리니다드의 아침이다.
    트리니다드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유서가 깊다.
    호박돌들이 촘촘히 박힌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저마다의 색을 입은 단층집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두 스페인 식민 시대의 건물이다.
    쿠바의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은 파스텔 톤의 벽이지만,
    지붕만큼은 붉은 빛깔의 오렌지를 고집했다. 그래서일까.
    혁명역사박물관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트리니다드는
    유럽 그 어딘가와 닮아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피자집에 줄을 섰다.
    아담한 화덕에서 굽는 손바닥만 한 피자가 단돈 500원이라니.
    우리가 아는 피자에 비해 볼품은 없지만 맛은 생각보다 괜찮다.
    트리니다드의 모든 길은
    마요르 광장(Plaza Mayor)으로 통한다고 했던가.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정말로 어느새 마요르 광장에 닿았다.

    조금 짰던 피자 때문인지, 더위 때문인지. 목이 타 들어 갔다.
    서둘러 트리니다드의 전통주인
    칸찬차라(Canchanchara)를 맛보기로 한다.
    작은 항아리에 사탕수수 즙과 꿀, 럼 을 넣어 만든 트리니다드식 칵테일이다.
    꿀의 단맛을 만난 알코올이 혀끝을 감쌌다.
    목마름이 가시니 그제야 라 칸찬차라(La Canchanchara)의
    내부가 눈에 들어 왔다.
    트리니다드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벽.
    흥을 돋우는 밴드. 맛있는 술.
    이 삼박자가 어우러진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간에서
    잠시나마 오아시스를 맛보았다.

    쿠바를 대표하는 관광 도시답게
    크고 작은 기념품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공산품이 부족한 쿠바에서는
    나무를 깎아 만든 수공예품이 넘쳐난다.
    마을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자기 공방인
    카사 델 알파레로(Casa del Alfarero)를 찾았다.
    전통 기법을 사용해 도자기를 만드는 곳으로 작업 과정을 직접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공방 안에는 귀여운 칸찬차라 잔은 물론 독특한 화병,
    쿠바를 그려 낸 접시까지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기념품들로 가득했다.

    트리니다드를 방문한 사람들은 밤이면 밤마다
    카사 데 라 무지카(Casa de la Musica)로 모여 든다.
    낮에는 볼 수 없었던 라이브 공연을 시작으로
    마요르 광장 전체가 거대한 살사 클럽으로 변신한다.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뒤섞여 춤을 추고 맥주를 마시는 광경이
    한가롭게 거닐던 낮과는 달리 북적인다.
    어깨 너머로 배운 살사 스텝을 밟아 본다.
    취한 탓일까? 그 춤이 막춤일지언정 부끄럽지 않았다.



    Playa Girón 플라야 히론

    1. 청량감 넘치는 카리브해에 풍덩 빠지고 싶다
    2.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로스 코코스 해변
    3. 수영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4. 천연 수영장이라 불리는 칼레타 부에나의 깊은 웅덩이
    5. 우연히 발견한 히론의 한 식당에서 인생 로브스터를 만났다
    6. 쿠바의 각종 칵테일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히론의 ‘올 인클루시브’


    나 홀로 바다

    쿠바는 허니문 대표 휴양지인
    멕시코 칸쿤과 카리브해를 공유한다.
    칸쿤처럼 럭셔리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쿠바에도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시가 있다.
    쿠바 최대 휴양지 바라데로(Varadero)와
    쿠바의 숨겨진 보석 플라야 히론(Playa Girón)이다.
    이미 많은 여행객들에 게 알려진 바라데로도 훌륭하지만,
    현지인들의 추천은 하나같이 히론이었다.

    저 멀리 희미한 파도 소리를 따라 걸었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구석이 있는 아름다운 해안 마을,
    로스 코코스 해변(Playa Los Cocos)이다.
    코코넛 나무를 그늘 삼아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혔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이 마을에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 히론에서 인생 로브스터 를 경험하다니.
    청정 지역인 카브리해에서 갓 잡아 올린 로브스터는
    살이 탱글탱글하게 오른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국내에서는 비싼 식재료로 취급돼 보기 힘든 로브스터를
    쿠바에서 만큼은 질리도록 먹을 수 있다.

    히론 해변에서 8km 정도 떨어진 곳에
    칼레타 부에나(Caleta Buena)가 있다.
    제주 황우지 해안을 닮은 천연 수영장으로,
    입장료 1만5,000원 정도면 점심 뷔페와
    무제한 드링크를 즐길 수 있는 올 인클루시브 해변이다.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산호초를 볼 수 있는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수심이 깊지 않고 파도가 거의 없는 편이라
    수영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좀 더 난이도 있는 바다를 원한다면,
    정답은 푼타 페르디즈(Punta Perdiz).
    피그스만 침공 때 가라 앉은 침략의 잔재가 남아 있는 다이빙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푼타 페르디즈에서 역시 올 인크루시브 방식이 통하는데,
    칼레타 부에나보다 인적이 드문 덕에
    나 홀로 바다를 전세 낸 듯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파랗다는 말로 부족한 청옥빛 바다는
    아름답다 못해 탄식이 흘러 나왔다.
    선 베드에 누워 모히토를 홀짝.
    이보다 더 완벽한 휴식이 있을까 싶다.



    Travel Info CUBA

    AIRLINE
    한국에서의 직항편은 아직 없다.
    인천-멕시코시티-아바나 또는
    인천-토론토-아바나 노선이 일반적이다.
    인천에서 멕시코시티까지는 14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아바나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TIME
    한국보다 14시간 느리다.
    서머타임인 3월부터 11월까지는 13시간 느리다.

    VISA
    쿠바영사관에서 정식 발급하는 비자는 없다.
    하지만 쿠바에 입국하려면
    ‘여행자 카드(Tourist Card)’를 반드시 발급 받아야 한다.
    경유지 공항 카운터에서 구입이 가능하며
    에어캐나다의 경우 기내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CURRENCY
    쿠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원통화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다.
    외국인용 화폐인 쿡(CUC)과
    내국인용 화페인 모네다(CUP, 표기는 MN)가 있다.
    CUC과 CUP의 화폐 비율은 1:24로 매우 큰차이가 있다.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거나 거스름돈을 받을 때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1CUC은 1USD 정도.


    FOOD

    Rice
    쿠바인들의 주식은 밥이다.
    주로 쌀과 검정콩을 섞어 밥을 짓는데 팥밥과 비슷한 느낌이다.
    찰기는 거의 없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향이 난다.
    말린 바나나,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곁들여
    쿠바식 스프인 ‘프리홀리스(Frijoles)’와 함께 먹는다.

    Cuban Sandwich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쿠바 샌드위치는 잊어라.
    딱딱한 치즈 한 장, 햄 한 장, 야채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쿠바의 샌드위치는 약간의 부족함이 매력이다.
    Pizza 길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은 피자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피자는 쿠 바 현지인들도 즐겨 먹는다.
    별다른 토핑은 없다.
    도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조금 얹은게 전부.
    이게 또 별미다.

    Seafood
    섬나라답게 해산물이 풍부하다.
    여행객들 사이에선 로브스터가 가장 인기.
    쿠바만의 특별한 조리법은 없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로브스터를 1만원대에 먹을 수 있다는 건 언제나 놀랍다.

    Cocktail
    쿠바를 대표하는 각종 칵테일들을 빼놓을 수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한
    모히토(Mojito)와 다이키리(Daiquiri)는 물론
    ‘자유 쿠바’를 의미하는 쿠바 리브레 (Cuba Libre)도 유명하다.
    트리니다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전통주인 칸찬차라 (Canchánchara)도 추천.



    글·사진 문미화 에디터 김예지 기자
    -저작권자ⓒ (주)여행신문 트래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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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두 2019.07.10 19:43

      한편의 쿠바영화속으로 빨려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입니다
      무언가 잘 모르겠지만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비흡연이지만 쿠바의 시가를 기념품으로 구매할꺼 같습니다
      로브스트는 사실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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