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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뜨는 여행지 : 북마리아나 제도 '로타' 여행 (항공, 숙소, 레스토랑, 볼거리) 추천

    2019.01.29 16:10

    로타에서 가져온 몇 가지 사소한 낭만들

    사부작사부작.
    로타에서 남겨 온 기억들을 꺼내고 보니
    어느 하나 거창한 것이 없다.
    죄다 낭만적이다.

    * 로타
    태평양 서부에 위치한 로타는 사이판, 티니안과 함께
    북마리아나 제도를 이루는 섬이다.
    마리아나 제도의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언어로
    ‘Luta’라고도 불리며 미국령에 속해 있다.
    섬의 면적은 약 85km2, 울릉도보다 조금 큰 정도.
    괌, 사이판 등 인근 섬보다 아직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잦지 않아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다.


    <송송 전망대에서 선물처럼 떠오른 뭉게구름>

    이상적인 탈출의 방법

    그의 말이 그다지 심각하게 와 닿지는 않았다.
    “2주 전쯤 태풍이 쓸고 갔어요.”
    사이판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로타에 간다고 하자 돌아온 말이었다.
    뭐 그리 큰 상관이 있나, 어차피 탈출인 것을.
    맘 같지 않은 일들을 잠시 내버려두고,
    말하자면 도피성에 가까운 여행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괜찮나요?” 준비라고 단단히 했을 리가.
    로타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 섬인지,
    가서 뭘 해야 할지 거의 모르는 채였다.
    “큰 바람은 지나갔다고 들었어요.”
    지금 당장 태풍의 눈이 아니라면 그걸로 됐다.
    알지도 못하는 섬의 위기에 약간의 동질감이 들었다고 하면
    너무 이기적인 걸까, 싶지만 그게 솔직한 맘이었으니까.

    활주로에는 장난감 같은
    스타 마리아나스 에어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로타섬으로 들어가려면 사이판에서
    정원 10명 규모의 경비행기를 타고 30분가량을 날아야 했다.
    정말이지 ‘경’비행기라,
    앞뒤좌우 무게 배분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비행 전 탑승자 전원이 저울에 올라 무게를 재는 절차에 적잖이 당황했는데, 휴우.
    다행히 킬로그램이 아닌 파운드 단위로 찍혔다.
    8이 적힌 번호표(짐을 포함한 무게였고 내 가방은 상대적으로 작았다)를 받아들고
    조종석 바로 뒷자리로 배정됐다.
    그 후 반시간 동안은 생애 가장 실감나는 비행을 했다.
    몸과 마음이 높이 뜬다.



    <바람결 따라 뻗은 테테토 비치의 나무들>



    섬에 박힌 시간의 조각들


    <테테토 비치에서는 그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1930년대 일본인들이 만든 설탕 공장의 흔적>


    Mucha Appreciated.
    로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건
    뜻밖에도 로타공항에 있는 표지판 때문이었다.
    ‘많이’를 뜻하는 스페인어 Mucha,
    ‘고맙다’는 의미의 영어 Appreciated가 합쳐진 감사 인사말.
    “지금은 미국령이지만, 오래 전에 스페인의 식민지였어요.”
    현지 가이드가 말한
    미국과 스페인 사이의 긴 공백을 채우자면 이렇다.
    16세기 초부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로타는
    독일의 지배를 거쳐 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14년 일본 소유로 넘어갔다.
    이후 국제연합에 의해 위임통치를 받다가
    1978년부터 미국 자치령이 됐다.

    로타의 역사는 고고한 유물마냥 숨어 있지 않았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차로 반나절 정도 둘러봤을까.
    시간의 흔적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저기 교회 보이시죠?
    로타 사람들은 대부분 가톨릭을 믿어요. 스페인의 영향이죠.”
    1930년대 일본인들에 의해 지어졌다가
    3년 만에 문을 닫았다는 설탕 공장도
    섬 한쪽에 텅 빈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야말로 고대 유적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마리아나 제도의 원주민인 차모로족은
    집을 짓기 전 기둥을 세우는 데 라테스톤을 사용했다고 해요.”
    푹 파인 땅에 세우다 만 듯한 기둥들이 화석처럼 놓여 있다.
    차모로의 혈통에 스페인, 일본, 미국 등 다양한 인종이 만나
    탄생한 로타 사람들은 ‘송송 빌리지’에 모여 산다.
    ‘송송’은 차모로어로 마을이라는 의미라고.
    로타에는 시간의 조각들이 송송 박혔다.



    기분 따라 바다


    <로타 사람들의 평범하고 단란한 오후>



    <자연적으로 형성된 바다 수영장, 스위밍 홀>



    <송송 전망대에서의 일몰. 멀리 웨딩케이크 산이 내다보인다>


    고고학처럼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여행은 단순했다.
    로타에는 호텔도 레스토랑도 사람도 많지 않다.
    교통은 절대적으로 렌터카.
    차를 타고 섬의 가장자리를 둘러 돌다 보면
    여행의 방법을 절로 습득하게 된다.
    해안절벽에서 파도소리를 듣다 조용한 해변을 산책하는 것.
    오전엔 수영을 하고 오후엔 배를 타고 나가
    낚시와 스노클링을 하는 것.
    로타를 여행하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멋진 방법은 바다다.
    로타처럼 그렇게, 설렁설렁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바다라고 다 같지 않다는 점이 여행의 포인트다.
    섬의 어디에 있냐에 따라
    바닷물 색과 바람결, 나무와 풀의 종류가 다르다.
    감흥도 자연히 달라질 밖에.
    모래가 유난히도 새하얀 테테토 비치에서는
    스토리가 간결한 소설책이 읽고 싶어졌다.
    사방이 뻥 뚫린 절벽, 아스 맛모스에서는
    애써 묵혀 뒀던 생각들을 꺼내고야 말았지만
    자연이 만들어 낸 수영장, 스위밍 홀에서는
    ‘물 색깔이 어쩜 저럴까’ 정도의 감탄 외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로타섬 최남단의 곶, 포나 포인트에서는 문뜩 사람이 생각났다.
    저 멀리, 2층으로 된 독특한 모양의 산타이핑고트,
    Taipingot이 하나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웨딩케이크 산’이라는 로맨틱한 별명을 가졌단다.
    그리운 이유를 알겠다.

    내키는 대로 여행하면서도 꼬박 빼먹지 않은 일정이 하나 있다.
    해 질 무렵엔 늘 송송 전망대에 올랐다.
    커다란 십자가가 수호신처럼 지키고 선 산등성이에 서면
    아담한 송송 빌리지가 눈에 폭 담겼다.
    원래는 십자가 위에 별 장식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없는 걸 보니 이 또한 지난 바람의 짓이겠거니.
    괜찮다. 이대로 로타는 이리도 윤이 나는 것을.



    그게 그냥 로타라서


    <낚시 대회 준비로 한창인 로타 사람들>



    <천둥번개 아래 오히려 무대의 열기는 달아올랐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던 너. 우리 분명 통성명을 했었는데>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겠지.
    이제 와 로타를 생각할 때 정작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바다보다도 훨씬 작다.
    이를 테면 뭐, 이런 것들.
    로타에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반대편에서 오는 운전자들의 열이면 열,
    손가락 브이를 하며 찡긋 눈인사를 하곤 했다.
    무더운 오후 손부채질을 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다가와 주스 한 잔을 쓰윽 건네던 아주머니,
    스스럼없이 먹던 과자 봉지를 들이밀며 웃던 동네 꼬마들.
    로타의 얼굴들이 스친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비가 꽤 왔다.
    때마침 로타는 축제가 한창이었고,
    궂은 날에도 송송 빌리지 주민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로타의 성인, 성 프란치스코 데 보르하를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한다는 ‘로타 피에스타’였다.
    낮에는 낚시 대회가, 저녁에는 춤과 음악 무대가 한바탕 열렸다.

    축제보다는 왠지 잔치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규모도 규모거니와 톡톡한 ‘정情’ 때문에.
    갓 잡아 올린 청새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앞에
    어느새 회 한 접시와 맥주한 캔이 뚝 떨어졌다.
    천막 아래 뷔페식으로 깔린 푸짐한 음식도
    여행자라는 특권으로 공짜로 맘껏 먹을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댄스 공연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까지 치는데다
    음향장치가 말썽이라 도중에 음악이 끊기기도 했다.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음악을 틀고
    번쩍번쩍한 번개 아래 다시 한 번 춤을 췄다.
    소소한 취향의 문제기도 하겠거니와, 
    그게 그냥 로타였기 때문이다.
    사소하지만 낭만적인 기억들이다.


    * 로타 피에스타 Bisita Luta Festival
    매년 10월, 3일간 열리는 로타 지역 축제.
    로타의 성인, 성 프란치스코 데 보르하를 기리며 개최하고 있다.
    송송 빌리지 주민뿐만 아니라
    괌, 사이판 등 인근 섬 사람들도 찾는다.
    낚시 대회, 공연 등이 열리며
    푸짐하게 차린 음식을 모두가 함께 나눠 먹는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그만큼 정겹다.



    TRAVEL INFO ROTA

     
    AIRLINE / 스타 마리아나스 에어

    로타섬으로 들어가려면
    사이판공항과 로타공항을 오가는 경비행기를 타야 한다.
    하루에 딱 3번 운항(07:30, 13:00, 16:00)하며 예약은 필수다.
    체크인을 할 때 짐을 포함해 무게를 잰 후
    번호가 적힌 자리 번호표를 받게 된다.
    무료 수하물은 20파운드(약 9kg),
    초과시 1파운드(약 0.5kg)당 50센트가 붙는다.
    사이판에서 로타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www.starmarianasair.com/book-online



    RESORT / 로타 리조트 & 컨트리 클럽

    로타섬의 유일한 리조트형 숙소.
    18홀 골프 코스를 갖추고 있다.
    빌라형의 널찍한 객실은 가족여행에도 적합하며,
    모던한 느낌보다는 정겹고 포근한 분위기다.
    리조트내 레스토랑은 ‘Pacifica Restaurant & Bar’ 단 하나.
    런치메뉴로 한식도 제공하는데, 칼칼한 김치찌개를 특히 추천.

    P.O. Box 938, Rota, MP 96951 CNMI
    +1 670 532 1155 www.rotaresortgolf.com



    RESTAURANT / 도쿄엔 레스토랑

    로타섬의 몇 없는 레스토랑 중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난 일본 식당이다.
    아지트 같은 일본식 선술집 분위기로
    사시미, 가라아게, 야끼소바, 라멘 등 다양한 일식과
    돼지고기 스테이크, 햄버거 등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늘 손님이 북적이는 편인데 비해 스태프가 많지 않아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로타의 속도에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맛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월~토요일 11:00~14:00/ 18:00~22:00,
    일요일 18:00~22:00
    1254 Songsong Vlg, Songsong, Rota Island 96951
    +1 670 532 1266



    글·사진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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