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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시대의 민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8.09.05 13:44

    민화, 뉴 디자인

    조선 시대의 민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의 삶과 문화를 그려낸 민화는
    색다른 조형 감각과 독창적인 미학을 지닌
    이 시대의 디자인으로 얼마든지 재탄생할 수 있다.




    책거리 8폭 중 4폭 책과 관련된 기물 등을 함께 그린 책거리
    冊巨里는 서민들에게는 동경과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다.
    책 그림은 책가도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고,
    이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49.5×27cm, 예술의전당 제공

    지난 7월, 비슷한 시기에 2개의 민화전이 시작되었다.
    7월 18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김세종민화컬렉션-판타지아 조선>은
    지난 20여 년간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삼국지, 구운몽,
    까치호랑이, 무속화 등에서 민화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한
    김세종 컬렉터의 소장품 중 70여 점을 공개했다.

    한편 7월 4일부터 8월 19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 시대 꽃그림>은
    19세기 후반부터 성행했던 민화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화조도를 중심으로 한 전시였다.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 시대 꽃그림>을 공동 큐레이팅한
    경주대학교 정병모 교수는 “민화는 어떤 틀 안에 갇혀 있다든가
    사실적 묘사에만 집착한 그림이 아니라,
    미숙하면 미숙한 대로 우리의 본성이나
    감성을 정직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특징은 오히려 현대 예술이나 디자인의 정신 혹은
    기법과도 통한다”라며 민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구찌가 2018 S/S 컬렉션 화조도에서
    영감을 받은 새를 이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듯,
    민화가 지닌 소재의 일상성과 자유롭고
    대중적인 표현 방식은 분명 오늘날에도 유효한 가치가 있다.

    그 방법론에 이르면 지난 6월 개봉한 웨스 앤더슨의
    스톱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20년 뒤 미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흐드러진 벚꽃과 우키요에, 이자카야와 스시, 신사 등
    ‘일본’ 하면 떠오르는 문화와 전통 예술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만들어냈다.
    아마 디자이너를 비롯한 크리에이터라면 영화 줄거리와 별개로
    그 아름다운 시노그래피에 눈을 빼앗겼을 것이다.
    실제로 웨스 앤더슨은 구로사와 아키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와 함께 19세기 일본 미술계를 풍미한
    우키요에 작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민화의 표현 기법, 색채와 조형미를 보고 있노라면
    이 또한 오늘날의 크리에이터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젊은 세대가 레트로를 신선하고 쿨한 감성으로 보듯,
    민화 역시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감성으로 재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것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미처 몰랐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일 테니까.




    화조도 8점 중 1점
    모란의 줄기, 가지, 꽃을 마름모형의 틀로 구성해
      기하학적 미학을 구현했다.
    소박하지만 섬세한 묘사와 중복된 거친 선 표현을 통해
    입체감 있는 풍부한
    묘사를 더했다.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각 90.4×37.2cm, 일본 개인소장
    갤러리현대 제공




    화조도 8점 중 1점
    모란 동산을 그린 병풍 속 꽃과 오리, 나무, 새는
    하나도 겹치지 않게 배치되었으며 
    색채감이 환상적이다.
    모란은 부귀한 사람이자 절세 미인을 상징한다.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각 66×34cm, 개인소장
    갤러리현대 제공




    제주문자도 8폭 중 2폭
    ‘효제충신예의염치’ 여덟 덕목은
    각 지역에 따라
    서체와 이미지가 다르다.
    이 작품은 제주의 바람과 파도를 연상케하는 디자인으로
    문자의 의미보다는 글자 외형에 치중한
    리드미컬한 표현이 돋보인다.
    20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각각 70×22cm
    예술의전당 제공




    화조도 10첩 병풍 중 8폭
    화조도의 세계는 현실과 이상 중간의 존재로 그려진다.
    매화와 월계화, 양무 한 쌍, 꾀고리 등
    꽃과 동물이 어우러진 모습에는
    추상적이고 창의적인 구도와 형태, 색의 조합이 발휘된다.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각 86.5×42.5cm, 개인 소장
    갤러리현대 제공




    화훼도 4점
    꽃 패턴으로 규칙과 반복이 이어지는 동시에
    줄기나 꽃대의 크기와 모양을 조금씩 달리했으며
    둥근 형태와 뾰족한 형태, 붉은색과 녹색 등으로 대비를 이룬다.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각 54×65cm, 개인소장
    갤러리현대 제공




    <민화, 사실은 오래된 디자인>

    구운몽도 8폭 병풍 중 1폭
    인물과 건물 중심의 그림으로
    윤곽선 없이 색을
    칠하거나 가는 선으로만 형태를 그려넣는 등
    과감한 표현 방식을 보여준다.
    20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65.5×35.5cm,
    예술의전당
    제공

    민화는 말 그대로 평민의 그림이다.
    문인의 그림도 아니고 화원의 그림도 아니다.
    화원은 작품에 이름을 남기지만 민화에는 화가 이름이 없다.

    평민들은 왜 그림을 그렸을까.
    평민들도 그림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19세기 그림 수요가 평민층으로 넓어지며
    그림에 재능 있던 일부 평민이 붓을 들었다. 농·공·상업에 이어
    그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평민이 등장한 것이다.
    평민이 그리고 평민이 감상한 그림이 바로 민화다.
    그렇다면 평민들은 어떤 그림을 원했을까.
    사대부들의 바람과 다르지 않았다.
    부귀와 부부의 화목함을 표현한 그림이
    평민들에게도 최상의 그림이었다.
    따라서 부귀의 상징인 모란과 부부 금슬의 대명사인
    원앙 한 쌍이 어울린 화조도가 민화 소재 가운데 으뜸이었다.




    문자도 8폭 중 1폭
    유교 덕목 여덟 글자를 상징하는 동물을 문자 위에 배치했다.
    글자를 그림처럼, 동물 이미지를 글자처럼 묘사하며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각 98×38cm, 개인 소장
    예술의전당 제공

    여기에 더해 책가도와 문자도 같은 그림이 있다.
    책과 문자는 당시 평민의 삶과는 관계없는 대상이었지만
    평민들은 분명 양반들의 욕망을 욕망했을 것이다.
    민화 소재 가운데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문자도가 탄생한 것이 바로 그런 연유다.
    문자를 장식화한 방식인 문자도는
    오늘날 타이포그래피의 원조라고 해도 될 만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풍부한 영감을 제공한다.

    한편 화조도는 옛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이미지였다.
    색색의 꽃과 다양한 새가 어울리는 화조도 속 세상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었다.
    선비들은 주로 수묵으로 그린 반면
    화원들은 채색으로 꾸몄던 화조도는
    민화로 넘어가면서 변화를 겪는다.

    과연 민화가 선비나 화원 화가의 그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과장과 단순화다.
    화조도에서 원근과 비례, 시점은 자주 무시되고
    사물들 사이의 크기도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사물의 형상은 몇 개의 선으로 단순화시킨다.
    이런 낯섦의 파격은 시각적 쾌감을 가져온다.
    사물의 가장 큰 특징만 강조하는 과장과 단순화는
    기존 형상에 대한 선입견을 깨면서
    사물을 다시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색 역시 마찬가지다.
    원색 위주로 단순화시켜 복잡 미묘한 자연의 색을 통합시키고
    간단명료한 색감으로 바꿔놓는다.
    현대 디자인이 간결, 명확, 단순함을 덕목으로 삼는다고 했을 때
    민화와 현대 디자인은 더욱 가까워진다.

    둘째는 도안화圖案化다.
    민화는 스스로 복제하는 성향이 있다. 하나의 밑그림이
    끊임없이 복제되어 한 작품 안에서, 8폭 병풍 안에서,
    다른 작품 속에서 반복·변이하면서
    하나의 유형을 이루며 도안화된다.
    그래서 같은 그림 같아 보이면서도
    같은 그림이 없는 것이 민화의 생명력인 것이다.
    민화가 독특하면서도 친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화에서 한 도안이 반복·변이되는 것은 오늘날 어떤 디자인이
    하나의 큰 개념 아래 다양한 변주를 낳는 것과 비슷하다.
    연꽃 도안, 호랑이 도안을 민화에서 찾다 보면
    사람들이 품고 있는 연꽃과 호랑이 이미지의
    원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동식물이 주된 소재다.
    그림 속 생명의 기운을 방 안에서 늘 가득 맛보는 것이
    민화가 지닌 근본적인 효용이다. 이는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동식물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 디지털 시대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넷째는 대중화된 예술이다.
    대량생산과 소비 시대인 오늘날
    디자인의 역할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혁신은 물건의 가격을 점점 떨어뜨렸고,
    고급스럽고 비싼 디자인의 물건을
    더욱더 많은 이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을 거실에 거는 것은 힘들지라도
    뱅앤올룹슨의 작은 오디오 하나 놓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나의 좋은 디자인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기예技藝다.
    학식이 있거나 재력이 있는 상류층만 향유했던
    이전의 그림과 달리 민화는 많은 평민이 즐길 수 있었던,
    요즘식으로 말하면 가장 민주화된 예술이다.
    그런 점에서 옛 민화에는 오늘날 디자인이
    갖춰야 하는 요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창의성의 샘물을 어디에서 길러 와야 하는지
    항상 눈빛을 반짝이는 디자이너들이
    옛 민화에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계수나무와 옥토끼’
    민화를 활용해 1980년 체신부에서 제작한 시리즈 우표.
    갤러리현대 제공



    글 오상희 기자 / 디자인 곽지은 디자이너
    -저작권자ⓒ (주)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9월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친친서 2018.09.20 01:09

      옛날그림처럼 안보여요 ㅎㅎ

    • 해추모 2018.09.07 09:41

      민화만의 느낌이 있네여

    • 앵두마미 2018.09.07 03:20

      옛날그림이지만 감탄사가 저절로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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